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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기업규제법 폭탄' 공세인데... 경제단체들 엇박자 내며 '분열'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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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4 06:00 | 수정 2020.10.04 09:04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9월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6개 경제단체는 상법·공정거래법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전까지 함께 등장하던 한 단체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다.

이날로부터 5일 후, 국회에는 경제계의 이름으로 같은 입법 현안에 대한 의견이 또다시 건의됐다. 앞선 경제계 공동 성명에 이름이 없던 대한상의였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날에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만나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곁에 다른 협회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정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 대통령,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과거 ‘경제 5단체’로 불리며 재계를 대표하던 경제단체들이 최근 목소리를 따로 내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치권이 ‘기업 규제법 폭탄’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힘을 모아야 할 경제단체가 분열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의 단독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전경련,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한목소리로 경제계를 대변하던 과거와 달리 대한상의가 이들과 거리를 두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근래 경총·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공동 진행하던 행사에 자주 불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 지난 2월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공동 세미나, 지난 7월 ‘상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공동 토론회 등은 예년 같았으면 상의도 당연히 참여할만한 행사였지만 이번에는 모두 빠졌다.

재계에선 대표 경제단체 역할을 도맡고 있는 대한상의가 너무 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하면서 재계 ‘맏형’ 역할은 대한상의가 맡는 모습이었다. 올해만 해도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 등 주요 행사들이 대한상의에서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와 각을 세우는 데는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중인 사정 때문인지 정부에 세게 나가야 할 때도 되도록 잡음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는 듯하다"고 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원사들이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민감한 사안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상의는 정부 사업을 하면서 사실상 보조금 격의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안다"면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역시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를 선언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혁신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적 조치로 논의됐던 개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임직원 수를 절반 넘게 줄이고, 남아있는 직원의 월급도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LG(003550)를 시작으로 삼성·SK(034730)·현대차(005380)등 4대 그룹이 순차적으로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세력 약화가 지속됐다.

지난해 1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2019 신년인사회에서 정부와 경제계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 두번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 일곱번째),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연합뉴스
암묵적으로 담당해오던 경제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단체들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재계를 대표했던 전경련이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자료를 발표하고, 노사관계에 목소리를 내온 경총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말하는 식이다. 대한상의는 상공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경제계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맡으려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분열된 행보를 보이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배터리 분쟁과 같은 일이 벌어져도 중재 시도조차 못 하는 것이다. 정부가 분쟁 초기 중재를 위해 양사 대표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고, 이후로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 경제단체가 국가 경제를 위해 역할수행을 하기 보다 소속된 주력 기업들 이익만 추구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단체가 정치·산업 전반 등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위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각 업종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들어서는 과거 경제단체가 맡던 역할을 각 업종의 이해단체가 대신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또한 업종마다 다르게 나타나면서 다양한 회원사가 모인 경제단체보다는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PC방 협회 등 특정 업종 종사자들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제단체들끼리 서로의 크고 작은 행사에 필참해 축하문도 읽어주고 연구교류를 활발히 했는데 요즘은 다같이 모이는 일조차 적다"며 "각각의 협회도 전통적인 기업들 외에 IT업종이나 뜨는 스타트업 회원사들도 적극 모집하는 등 변화를 꾀해야 진정한 경제계 대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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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9,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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