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라나 포루하 지음 / 김현정 옮김 / 세종서적 펴냄
우리는 하루 동안 구글 서비스 없이 지낼 수 있을까? 아마도 전자우편부터 드라이브, 유튜브 서비스의 사용 빈도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정보기술(IT)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iOS 점유율은 99.4%다.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의 경제 규모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순위 8위인 이탈리아(1조9886억달러)와 비슷하다.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영향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이들 빅테크는 인터넷에 ‘플랫폼’이란 정보 교환 통로를 만들었다. 그 플랫폼에 정보를 흘려 넣은 것은 우리 사용자였다. 하지만 그 플랫폼을 제어하는 것은 사업자, 즉 빅테크였다. 빅테크는 플랫폼 정보를 활용해 눈부시게 성장했고, 우리는 이 과정을 진보와 혁신이라고 불렀다. 이제 빅테크는 정보 흐름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 심지어 가짜 정보를 흘려 넣거나 특정 정보를 막을 수도 있다. 우리가 칭송하던 진보와 혁신은 빅테크를 ‘거대하되 견제받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 거대한 존재에 화살을 겨눈 이가 있다.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의 저자 라나 포루하다. 포루하는 빅테크 심장부 미국에서 〈파이낸셜타임스〉 부편집장을 했다. 누구보다 빅테크의 생리와 속내를 잘 알지만 이를 함부로 폭로하긴 어려운 위치다. 심지어 그는 한 기술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을 썼을까? 포루하는 아들의 ‘어마어마한’ 스마트폰 게임 과금 때문이라고 겸손히 밝혔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의 저널리스트적 고발정신이 책을 쓴 진짜 이유로 보인다. 이런 포루하의 노력은 빅테크 독주에 대항하는 시대 흐름에 보탬이 됐다. 결국
2010년 7월 애플·구글·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야만 했다. 빅테크는 ‘사용자가 자신의 상품과 생태계에 얽매이길’ 원한다. 그러니 나이, 위치, 결혼 여부, 관심사, 구매 기록까지 사용자 정보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된다. 합법적 수단이 바닥나면? 그들은 로비를 통해 법의 허용치를 늘린다. 긍정의 침묵과 묵인을 바탕으로 빅테크는 막 자라나는 경쟁업체를 매수하거나 인재를 가로채는 등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상대를 짓눌렀다. 이런 행동이 쌓이고 쌓여 FAANG의 독점 논란은 대대적으로 불거졌다. 포루하는 이런 일에 어떤 사건과 계기가 있었는지에 대해 업계를 취재하고 빅테크 수장들 발언을 입수해 책에 고스란히 옮겼다. 이 책이라면 빅테크가 감추고 싶었던 내면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사회고발성 책이 나오면 냉소적인 독자들은 “그래서 대안은 뭐예요?”라고 쏘아붙인다. 대안 없는 고발과 비판으로 끝난 책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빅테크의 ‘브레이크 없는’ 독점과 혁신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미국은 기업의 반독점이나 불공정 경쟁에 엄격한 편이다.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나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독점기업에 물리적 분리와 판매 금지 같은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규제 방식은 빅테크에 효과적일까. 포루하는 이에 반대한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생긴 이익을 좀더 많은 이가 공유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안 쓸 수도 없으며 어떻게 쓰냐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지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대신 포루하는 개인에겐 디지털 내 개인정보 활용 권리 보장,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으로 생긴 노동력 감소를 막기 위한 세제 혜택, 국가 차원으로는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논의하는 독립된 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사례이지만 한국 기술 기업의 전략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 빅테크는 너무나 많은 적을 만들었고 이 책은 그 실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우리 기술 기업에 가야 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미리 알려주는 셈이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빅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실이다. 다만 빅테크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써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발전은 사용자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고, 우리도 그 성공에 권리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에이, 그렇다고 구글 안 쓸 거야?’라는 체념조의 말은 하지 말자. 문제를 제기하고 바꾸면 세상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진다. 강현호 세종서적 편집부 과장
h2kang@kakao.com
Let's block ads! (Why?)
기사 및 더 읽기 ( '그렇다고 구글 안 쓸 거야?' 물음에 대한 대답 - 한겨레 )
https://ift.tt/35kdDCu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그렇다고 구글 안 쓸 거야?' 물음에 대한 대답 - 한겨레"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