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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올림픽일지 몰라…바람 더 커지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 - 한겨레

[도전! 2021]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이번 도쿄에선 야구 부활했지만
2024년 파리선 다시 빠져 기약 없어
초등생때부터 출전 꿈 이뤄지길
하성이형 MLB행 기쁘고 아쉬워
아버지 최다안타 기록 넘고파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선수가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타디움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선수가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타디움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요즘 매일 고척 스카이돔으로 간다. 원래 비시즌 동안 훈련하던 개인 트레이닝(PT) 샵이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아 홈구장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원래 이 시기에 몸을 제대로 만들고 2월 캠프에 들어가야 하는데 여러모로 아쉽다”는 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다 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의 루틴이 깨진 상황에서도 착실하게 매일 2시간 이상 개인 운동을 하며 프로 5번째 시즌을 대비 중인 그와의 인터뷰를 해시태그(#)로 풀어본다. #굿바이―하성이형 이정후는 지난 2년 동안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원정 때마다 같은 방을 썼다. 그래서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준비 모습을 옆에서 쭉 지켜봐 왔다. 이정후는 “하성이형 모습을 보면서 운동 자세라든지 목표 의식 같은 것을 많이 배웠다. 멘탈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하성의 계약소식(4+1년 최대 3900만달러)을 듣고서는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야구가 안 될 때 항상 옆에서 조언을 해줬던 정말 친한 형”과 “더 이상 야구를 같이 못 하기 때문”이다. 이정후도 나름 메이저리그를 꿈꾼다. “매년 미국으로 캠프를 갈 때마다 메이저리그 훈련장을 사용하고 빅리그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진출 자격을 위해서는 3시즌을 더 채워야만 한다. 이정후는 “지금은 미국 생각보다 1년, 1년 작년보다 더 잘하고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이 우선이다. (미국 진출) 기회가 왔을 때 나갈 수 있도록 실력을 묵묵히 조금씩 키워가겠다”고 했다. #5년 차―최고연봉 이정후는 데뷔 뒤 4시즌 동안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매해 3할 이상의 타율을 쳤고 지난해는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5개)과 5할 이상의 장타율(0.524)을 기록했다. 2019년 200안타에 7개 모자란 193개의 안타를 치고 깨달은 게 “더 빠르고 강한 타구를 때려야 한다”였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무게를 2㎏ 정도 늘리고 근력 등을 키웠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상 타격 폼 수정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김하성을 비롯한 주위에서 말렸다. “장타력이 나아졌으니 좋았던 느낌을 살려서 1년 더 지금처럼 해봐라”는 조언이었다. 때문에 작년에 하던 대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작년 후반기에 잔 부상으로 4경기를 뛰지 못하는 과정에서 밸런스가 무너졌던 것은 마음에 늘 새기고 있다. “팀 사정도 안 좋았고 해서 너무 잘하려던 욕심이 컸던 게 문제”라고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이정후의 현재 연봉은 3억9000만원. 1년 차(2700만원)→2년 차(1억1000만원)→ 3년 차(2억3000만원) 식으로 매해 해당 연차 최고연봉을 깨왔던 그다. 5년 차 최고연봉(3억2000만원·김하성)은 이미 넘은 상태다. 그의 연봉이 삭감될 리 없기 때문. 히어로즈 관계자에 따르면 5억원대 연봉이 예약돼 있다고 한다. 가히 ‘바람의 손자’다운 연봉 도장깨기다. #기다려라―올림픽 이정후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은 야구 시작 2년 차인 어린 그의 가슴에 불을 댕겼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선배들처럼 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갖게 됐다. 베이징 대회 이후 정식종목에서 배제됐던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부활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 때 야구가 다시 제외돼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일지도 모른다. 올림픽은 그의 아버지, 이종범 현 엘지(LG) 트윈스 코치도 밟아보지 못한 무대다. 이정후는 “내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됐다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올림픽 대표팀으로 뽑힌다는 것은 그만큼 올림픽 이전까지 내가 부상 없이 잘했다는 증거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내서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나로 인해 어린아이들이 야구를 시작하면서 꿈을 품고 그만큼 인프라도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야구인생의―목표 더이상 그는 ‘이종범의 아들’로 불리지 않는다. 온전히 스스로의 능력으로 ‘야구 선수 이정후’라는 이름을 얻었다. “헛스윙 삼진을 당했을 때 제일 화가 난다”는 그의 콘택트 능력은 리그에서 손꼽힌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힘이 생기면서 장타력까지 장착했다. 이정후는 “올해는 하성이형의 빈자리를 메꾸는 게 1차 목표다. 절대 메꿔지지 않을 듯하지만 한 명이 아니라 9명의 출전 선수가 조금씩 보태서 메꿔야 하니까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숫자적인 개인 목표는 없다. 늘 그래 왔듯이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원한다. 야구 일생의 목표는 물론 있다. 아버지 현역 때 최다안타 기록(196개·1994년)을 넘어 200안타 고지를 밟는 것이다. 이정후는 “통산 기록에서는 아버지를 꼭 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한 시즌 기록으로는 학창 시절 때부터 최다안타만 생각했다. 서건창 선배가 먼저 아버지 기록(2014년 201개)을 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뤄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 잘하면 잘할수록 나로 인해 아버지 현역 시절이 재조명돼 아버지를 모르는 이들도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당시 모습이 회자될 수 있게 더 열심히 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일생의 목표를 위해 스즈키 이치로(은퇴), 코리 시거(LA 다저스) 등의 야구 영상을 찾아보면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정후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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