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농민 1만7300명에 대해서 비료 회사가 총 58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소송이 시작된 지 8년 만이다.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 사건 가운데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해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보상 규모는 공정위가 추산한 손해액(즉 비료회사의 부당이득)에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다. 피해를 입은 농민 수백만명 가운데 8년에 걸친 소송에 참가한 이들만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료회사 쪽에서는 김앤장, 태평양, 화우 등 담합 사건의 전문가들을 고용해 대응했다. 이 소송에 대해 한 공정위 관계자는 "별도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하는 현행 법제도에선 기업들의 담합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보상을 받기란 쉽지가 않다"며 "담합 규제가 가진 맹점 가운데 하나로 보완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강행 처리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경성담합(硬性·가격담합) 사건에 대한 수사·고발권을 검찰에 주는 방안을 정부 출범 전부터 추진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위원장 재직 당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공정위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빠지게 된 데에는 미운 털이 박혀 있는 검찰에 권한을 더 주지 않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인식 때문이라는 게 주된 해석이다.
독과점의 핵심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공급이다. 독과점 회사는 공급을 줄여 가격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독점 이윤을 확보하기 어려운 노선의 경우 취항하지 않거나 운항 편수를 크게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화물 운송의 경우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외에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높아진 운임은 어찌어찌 지불한다지만, 과소(過少) 투자에 따른 수송능력 감소는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미 해운업의 경우 선박 부족이 최대 문제가 된 상황이다. 미주와 유럽까지 가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 HMM 밖에 대안이 없다시피 한 데, HMM 소속 선박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의 양강 구도가 지금과 같은 HMM 독주 형태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데 대해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독과점이 부작용이 빤한 상황에서, 독과점 친화적 행보를 걷는 정부의 입장이다. 당장 부실한 회사 여러 곳이 한 곳으로 통폐합되거나, 검찰의 힘이 빠지는 건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그 청구서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앞서 소개한 비료 담합 사건의 경우 16년 동안 비료 회사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2009년 한 해 농협을 통한 판매 금액을 웃돌았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연 평균 6.3% 정도 높은 가격으로 농민들이 바가지를 써왔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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