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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경제정책,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야심차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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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바이드노믹스’ 정책기조 분석
2020년 11월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전국주지사협회(NGA) 집행위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REUTERS
2020년 11월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전국주지사협회(NGA) 집행위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REUTERS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많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경제다. 지표상으로 트럼프 경제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속내를 파보면 미국 경제는 곪아 터지고 있었다. 미국 국민은 그 진실을 봤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 승리의 가장 큰 동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낸 사상 초유의 ‘부의 불균형’에 대한 일반 대중의 반감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일자리 확대로 미국 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삶의 질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말만 그럴듯하고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트럼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2020년 대선 결과로 나타났다고 할 수도 있다. 불신의 벽을 쌓은 트럼프는 그 벽에 자신을 가두고 말았다. 퓨(Pew)리서치 조사 결과,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중산층 비율이 낮다. 중산층 내부의 소득 불균형 역시 심화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상위 20% 가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을 완전히 회복했지만 중산층은 여전히 2007년 이전 정점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은 여기에 주목했고 트럼프가 만든 불균형을 깨야 한다고 강조해 당선됐다. 그의 경제정책은 겉으론 온화해 보인다. 트럼프나 다른 후보들처럼 혁명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다. 하지만 다시 찬찬히 뜯어보면 야심 차다. 트럼프에 의해 상처받은 미국 대중에 대한 위로가 담겼다. 얼핏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제정책과도 비슷하다. 목소리만 낮을 뿐이지 실제론 개혁적이다. 중산층 복원 “중산층을 구해 미국을 구하자.” 바이든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미국은 월스트리트 은행가나 헤지펀드 매니저, 최고경영자들이 건설하지 않았다. 중산층이 세웠다”는 발언이 그의 생각을 대변한다. 바이든은 번영하고 성장하는 중산층이 사회·정치적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산층 복원은 두 축으로 이뤄진다.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하는 계층의 소득을 높이고, 증세로 부의 불균형을 줄인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큰 정부’를 지지한다. 증세 등으로 정부 재정을 확충하고 시장 규제를 강화한다. 증세 대상은 대기업과 부자이고, 규제는 금융을 포함한 거대 기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되돌리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소득세 최고세율은 37%에서 39.6%로 올리려 한다. 연소득 40만달러(약 4억4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겐 사회보장세를 부과하고, 자본이득과 배당소득에 과세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 해외 자회사의 소득에 대한 세금도 21%로 올릴 계획이다. 이런 증세 정책을 통해 10년 동안 4조달러 정도 추가 세수를 기대한다. 미국 조세정책센터에 따르면, 상위 20% 가계(연소득 17만달러 이상)가 바이든 증세액의 93%를 부담한다. 특히 상위 1%는 증세액의 75%를 내야 한다. 부자 증세다. 바이든은 이 돈을 재원으로 2조달러 이상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설계됐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코로나19 극복 대안으로 인프라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바이든의 민주당은 적극적이다. 트럼프 시대엔 주로 도로, 철도 등 전통 인프라 개선을 목표로 했다. 화석에너지 개발 촉진과 환경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이에 비해 바이든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클린에너지에 초점을 맞춘다. 전기차, 배터리, 5세대(5G),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파리협정 재가입을 공언한다. 녹색경제로 전환 이는 미국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시대 미국 경제는 셰일산업 투자 붐에 힘입은 바 크다. 바이든이 친환경을 강조함으로써 셰일산업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를 지탱한 한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바이든은 연안에서의 오일 채굴 등을 제한하려 한다. 바이든이 목표로 하는, 녹색경제 전환을 통한 중산층 육성에는 걸림돌이 많다. 거대 석유 기업들과 셰일산업의 큰손들이 반발할 수 있다. 결국 산업 구조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갈등과 일시적 투자 축소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바이든 계획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미국인에 의한 미국 국내 제조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을 사자’란 프로그램으로 5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미국 연방정부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데 4천억달러를 쓴다는 것이다. 공공조달에서 미국산을 우대하는 것이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최소한 산업정책 측면에선 더욱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다. 3천억달러를 연구개발 분야와 전기차, 5G, 인공지능 등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미국 제조업의 영광을 복원하고 미래 기술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거다. 그는 미국 노동자들이 다른 나라 노동자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미국 정부는 이들을 위해 투쟁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사실, 미국 대통령은 누구든지 무역 적자란 고질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바이든이 온건한 자유무역을 주장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더 진력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 경쟁력이 미국의 리더십, 더 나아가 패권을 결정한다는 시각은 바이든이라고 다르지 않다.
2020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적 경제 공약인 ‘중산층 복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2020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적 경제 공약인 ‘중산층 복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금융산업 규제 강화 재정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은 지속할 전망이다. 트럼프 집권 때보다 강화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 정책에선 트럼프와 정반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금융산업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었다면 바이든은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표했던 ‘볼커룰’(Volker Rule) 강화다. 일종의 은행 자산 운용 규제책이다. 상업은행이 고수익을 노려 자기 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주식, 채권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도 포함된다. 볼커룰 관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금융정책 열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쥐고 있다. 연준 이사회가 어떤 인물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바이든 금융산업 규제의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연준 이사와 각 지역 연준 총재들이 투표권을 갖는다. 하지만 은행에 관한 법 집행과 감독 등에 대해선 연준 이사들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이사진 구성에선 민주당 쪽이 열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을 확실한 ‘보수 우위’로 만든 것처럼 연준도 그렇게 하려고 계속 시도한다. 볼커룰이 시행된다면, 세계 금융시장·산업은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미국 은행이 글로벌 시장에 투자한 천문학적인 돈이 빠져나가면서 깊은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수익 저하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월가는 온 힘을 다해 볼커룰 시행을 막으려 할 것이다. 연준 또한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의 자유무역주의 바이든은 온건한 자유무역주의자다. 트럼프가 백안시했던 다자무역협정,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통상 체제를 통한 시장 확대를 지지한다. 그렇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완전한 세계화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바이든 역시 미국인에 의한 미국 생산을 강조한다. 무역 적자가 화두인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런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현안은 중국 정책이다. 단순히 교역 문제가 아니다.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기에 미국이 중국 압박 정책에서 후퇴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이 ‘죽의 장막’을 걷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길을 가지 않았다. 한마디로 미국의 중국 정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아니, 실패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팍스 아메리카’란 신화가 중국으로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성이 미국의 일반적 정서다. 여야 할 것 없이 중국 압박 정책에는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바이든 역시 다르지 않다. 중국 정책은 노골적이고 일방적인 ‘트럼프식’보다는 세련되고 정교한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거나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가속할 게 분명하다. 바이든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니, 트럼프 시대가 가고 있다. 바이든은 어떻게든 트럼프를 지워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불신을 없애고 신뢰의 토대를 세우는 것이다. 미국 대중의 삶을 보듬고, 미국이 어떻게 갈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로써 미국 대중과 세계는 한층 평안해질 수 있다. 적어도 일방주의 퇴조로 대화와 협력이 가능해진다. 다만, 그것은 미국 이익에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 바이든 역시 방식만 다를 뿐, ‘팍스 아메리카’를 꿈꾼다. 기회와 위기는 언제나 공존한다. 바이든 시대에도 이 금언은 유효하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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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07, 2020 at 07:4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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