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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과 사회적경제 상생의 길,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찾자 - 한겨레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김종안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온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중에서도 ‘모법’이자 ‘근거법’ 역할을 하는 핵심 법률이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각각 세 건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여당이 책임을 지고 이번에는 꼭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주장을 담은 기고를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우리 사회 양극화와 고용 불안 등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약자나 지역공동체가 스스로 공동 활동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조직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새로운 도전으로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사회적 경제도 사람도 많고, 젊은이도 많은 도시 지역에서 먼저 활성화되고 있고, 농어촌 지역에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가 지체되어 왔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농어촌 지역은 고령자들이 많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꺼리는 경향이 많고, 상대적으로 물적·인적 자본도 부족하여 행정 지원이 없이는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농어촌 사회에서는 농업인, 어업인과 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산·유통·생활물자 등에 대한 경제사업뿐만 아니라 금융·보험·복지 사업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개별법 협동조합들이 오래 전부터 생활경제의 중심 기관으로써 사회적 경제 서비스 수요의 상당 부문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어촌 사회의 여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먼저, 지역소멸이 우려될 정도로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빨라지는 가운데 양극화와 비대면화로 사회·경제 구조가 변화해 가면서 새로운 생활경제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생활서비스의 많은 부문을 제공해 왔던 공공 부문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부족한 서비스를 사회적 경제 조직이 제공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농어촌 지역에서 생활경제 서비스의 많은 부문을 제공해 왔던 농협, 수협, 산림조합에서도 조합원 구성원이 다양화되면서 새롭게 발생하는 생활경제 수요에 맞게 사업을 재편하고 확장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농어업인들이 사회적 경제 조직을 만들어 스스로 필요한 기능들을 수행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중소농들이 중심이 되어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로컬푸드 협동조합을 거의 모든 농촌 시군에 설립하고 있으며, 시군 또는 마을 단위로 한우 협동조합, 농식품 6차산업 협동조합 등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 영역은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등이 1960년대 이후 개별법에 의해 설립·운영되면서 출발했다. 그러다 자활기업의 설립근거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2000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2007년,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마을기업의 설립근거인 도시재생법이 2013년에 각각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유사한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과 범위, 사업내용, 지원·육성 부서와 체계 등에 차이가 있어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농어촌 지역에서 대표적인 생활경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은 사회적 경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사업과 활동에 있어서 상호 경쟁관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과 농협이 사업 경합 문제로 조합원을 제명하고 이에 따른 소송이 진행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 내 사회적 경제 조직간의 경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간의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금융, 인력육성, 물적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기 위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농어촌 지역은 인구는 적고 서비스 수요는 다양하여 금융서비스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농협·수협의 금융서비스를 사회적금융으로 발전시키고, 판매·유통·복지 시설 인프라를 연계하여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역농협이 의료사회적협동조합, 요양원, 주민주도형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고 금융지원을 실시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자금운용률 하락과 유통·가공·복지 시설의 계절적 이용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개별법 협동조합에게도 새로운 수요처가 만들어 질 수 있어 조합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농어촌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육성법 등 법적, 부처별 칸막이 해소와 사회적 경제 육성 종합계획 수립, 조직간 거버넌스 강화 등을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종안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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