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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성 입증없는 경제정책, 국민에 피해"… 前 경제수장들 일침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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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0 16:29

"좋은 목표를 가지고 정책 입안을 시작했더라도, 정책 수단의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역대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직 경제관료들의 모임인 재경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코리안 미러클 6: 한국의 경제질서를 바꾼 개혁, 금융실명제’ 발간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이날 보고회에서 진 전 위원장은 재경회 회장으로 축사를 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재경회 회장)이 11일 ‘한국의 경제질서를 바꾼 개혁, 금융실명제’ 발간 보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KDI 제공
진 전 위원장은 "개혁 성향이 강한 정책을 추진할 때는 무엇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굉장히 좋은 목표를 갖고 정책 입안을 시작하더라도, 역지사지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책 수단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엄밀한 검증과 토론, 고민을 통해 정책 유용성을 검증해서, 정책이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경제정책 운용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정책 유용성, 디테일 검증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세제 등은 과거 역사와 이로 인해 축적된 정책 경험이 있는데, 이런 점이 너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정책이 의도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조세저항 가능성 등은 과거 역사를 반추하고 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들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리 선한 목표로 정책 입안을 시작하더라도,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을 전제로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1993년 8월 1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긴급명령으로 발표한 금융실명제 추진 과정의 전말을 다룬 ‘한국의 경제질서를 바꾼 개혁, 금융실명제’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이 책은 KDI와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편찬위원회’가 발간했으며, 한국의 경제개발을 있게 한 주요 정책을 다룬 ‘코리안 미러클’ 시리즈의 여섯 번째 단행본이다.

이날 행사에는 진 전 위원장을 포함해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전 외환은행장), 백운찬 전 관세청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도입 당시 저항이 심했던 금융실명제가 우리 경제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은 경제개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경제 현실을 인정하는 점진적인 정책 추진, 정책 수단의 강도 높은 효과 검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실명제 발표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홍 전 부총리는 "노자가 정치를 논하면서 ‘작은 생선을 삶고 굽는 것처럼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정책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융실명제가 처음에는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 파급효과를 준 중요한 개혁이 됐다는 점을 (후배 관료들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989년 금융실명제실시준비단장을 맡았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실명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9년 당시 ‘철두철미한 실명제’를 요구한 문희갑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0만원짜리 무기명보증수표를 없앤다고 조찬강연을 하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면서 "이후 주요 정책 당국자들이 실명제를 하면 안된다는 사람들로 바뀌면서 실명제가 좌초됐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경제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을 거둘지 타겟팅을 정확하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문가들에게 전략, 전술을 맡기고, 이들의 손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윤용로 前 중소기업은행장, 최규연 前 조달청장, 윤증현 前 기획재정부 장관, 최정표 KDI 원장, 한덕수 前 국무총리, 홍재형 前 경제부총리, 진동수 前 금융위원회 위원장, 백운찬 前 관세청장,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KDI 제공.
금융실명제추진단에서 사무관 생활을 한 최규연 전 조달청장도 "최근 금융실명제하에서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법 조항이 없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차명거래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을 설득시키느라 힘들었다. 만약 차명거래 문제가 당시 불거졌다면 금융실명제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경제정책을 입안하면서 실제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좋은)의도만 갖고 정책을 시행하면 현실과 괴리를 일으킬 수 있고, 정책의 집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면서 "이 때문에 실무자들이 정책이 실행 가능할 수 있게 디테일을 챙기고, 고위 정책 결정과정에서 이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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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20 at 02:2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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