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 총리 "코로나19 위기 활용해 모든 성장 장애물 제거해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위기를 활용해 대대적인 경제 구조개혁에 나설 태세다.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논의하는 다자 정책회의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이탈리아를 정체시킨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콘테 총리는 구체적으로 ▲ 관료주의 관행 타파 ▲ 디지털 기반의 행정 시스템 구축 ▲ 녹색 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 ▲ 대학 교육 개선 ▲ 빈곤층 지원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확대 등을 언급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개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복안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주요 기관 책임자들도 이탈리아의 구조개혁이 절실한 과제임을 상기시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화상 연설에서 EU가 제공하는 경제 회복 기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올바른 방향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결국 개혁이 경제 회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최근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회원국을 돕고자 7천500억유로(약 1천20조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제안했으며 이 가운데 1천727억유로(약 238조원)가 이탈리아에 할당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탈리아가 투자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에 우호적인 경제 환경, 효율적인 공공·민간 서비스, 충분한 물리적 또는 디지털 인프라, 투명하게 작동하는 사법제도, 탄탄한 금융 영역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정치인들에게 이 위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라고 촉구하고 싶다. ECB는 합법적 권한 내에서 제 역할을 하겠으나 이탈리아가 더 강하고 더 환경친화적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당신들의 몫"이라고 조언했다.
심각한 정부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장기 침체에 빠졌으며, 코로나19로 이러한 위기는 더 심화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일각에선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힌 현재의 경제 구조를 지속한다면 '잃어버린 20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을 비롯한 많은 경제 관련 기관들은 올해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이 -10% 안팎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콘테 총리가 경제 회복 로드맵을 수립하고자 소집한 이번 회의는 내각 장관들과 기업인, 주요 노동조합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9일간 진행된다.
하지만 회의에 초대받은 극우 정당 동맹을 비롯한 야권은 이번 회의가 실효성 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불참을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다.
lu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6/14 02:13 송고
June 14, 2020 at 12:1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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